카테고리 보관물: 낙서장

시멘트 블록 사이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식물

얼마 전 일과 시간에 잠깐 머리를 식히러 나와서 잠깐 산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느 대 도시의 좁은 골목길처럼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주차된 차 사이로 노란 꽃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잘못 보았다고 생각하였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참외인지 오이인지 잘 모르겠지만 덩굴식물인데 아직 어린 상태였습니다. 앙증맞은 노란꽃이 여러 송이 피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0.5mm 너비의 시멘트 블록 사이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마 근처 가정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내놓은 것에서 씨앗이 그 사이로 들어가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지만 살려고 하는 의지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그만 틈에서 자라고 있는 이름모를 식물을 보고 느낀 점이 참 많았습니다. 나 자신의 상황을 주변과 비교하며 스스로 환경과 조건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주어진 환경을 불평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으로 남겨놓고 싶었지만 또 다른 욕심을 추구하기 보다는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메마른 시멘트 블록 사이에서 예쁜 꽃을 피운 그 모습은 내 마음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장난 디지털 카메라

얼마 전 사진을 찍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를 켰더니 액정화면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검게 나오는 것 이었습니다. A/S 센터에 방문하여 맡기고 왔는데 CCD가 고장이 나고 여분의 부품이 없어 수리에만 한 달이 걸릴 것 이라고 하였습니다. 쓸 일이 있었는데 쓰지 못하게 되니 좀 짜증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먼 곳으로 여행을 갔게 되었는데 사진을 안 찍을 수는 없어 일회용 카메라를 준비해 갔습니다. 여러 가지 풍경과 보기 어려운 곤충들을 보았는데 디지털 카메라가 있으면 마음껏 찍을 수 있었는데 필름의 수가 한정되어 있는 카메라로는 아끼고 아껴서 찍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내가 너무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예쁜 꽃, 곤충들을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찍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었습니다. 더 잘 찍으려는 욕심이 생기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린 것 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사진은 추억을 기억하게 해 주는 도구로 최소한으로 찍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에 시간을 더 할애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