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수필

가재

얼마 전 구청에 일이 있어 방문하게 되었는데 한쪽에 커다란 어항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커다란 가재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색깔이 푸른색이었다. 처음에는 만들어 놓은 장식품인가 생각을 했는데 살아 움직이는 것 이었다. 아마도 관상용으로 사육을한 것 같았다. 오랜만에 가재를 보니 어릴 적 추억이 떠올랐다.

내가 살던 곳에는 산과 논이 맞닿은 곳에 땀띠샘 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 가재가 살고 있었다. 그 샘물로 세수를 하면 땀띠가 나지 않는다 하여 땀띠샘 이었다. 샘 한가운데서 퐁퐁 솟아나는 샘이었는데 수심이 낮아서 가재를 잡기가 좋았다.

돌을 들추어 보면 그 밑에 가재들이 숨어 있었는데 동작이 빨라서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물속에서 잡아 올리면 꼬리를 퍼덕이면서 집게를 들어 위협하기도 했다. 잡다가 잘못하여 집게에 물려 혼난 경우도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샘을 바라보며 조용히 하고 있으면 가재들이 기어나오는데 여기저기 산책을 하는지 물속에서 걸어다니고 서로 싸움도 하고 다른 물고기를 집게로 위협하기도 해가며 여러가지 재미 있는 행동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동네 친구들과 가재를 잡아 구워먹기도 했었는데 어떤 맛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그런 것 같다. 불을 피워 구우면 게처럼 더 붉게 변했던 것만 기억이 난다.

가재가 사는 또 다른 곳은 작은 산을 넘어가면 있는 시냇가 였는데 땀띠샘과는 달리 커다란 가재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때 당시에는 물렁가재라고 불리우는 껍질이 물렁물렁한 가재를 잡는 것이 자랑이었던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허물을 벗은 가재였다. 껍질이 물렁물렁하여 가재 같지않다고 싫어하던 친구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요즈음은 토종 민물 가재를 보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한다. 농약으로 인해 많은 수가 사라졌고 외국에서 들어온 가재들이 퍼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 되는 것 같다. 맑은 물속을 여유있게 거닐던 앙증맞은 가재의 모습을 언제까지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부

난 두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 예전에는 좋아했지만 만들어진 두부를 사먹게 되면서부터 잘 먹지 않게 되었다.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두부는 정말로 맛있었다.

어렸을 적 명절이나 잔치가 있기 전에 두부를 할머니께서 만드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

먼저 많은 양의 콩을 물에 불려서 맷돌에 갈았다 . 난 어려서 맷돌을 돌리지 못했지만 할머니께서 돌리시면 수저로 콩을 맷돌에 넣는 일을 하였다. 콩 넣는 일이 지루하면 할머니 곁에 앉아 두 손으로 할머니와 함께 맷돌을 돌리곤 하였다.

콩을 다 갈면 가마솥에 옮겨 할아버지께서 불을 때셨다 . 얼마나 오랫동안 끓이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계속 저어줘야 했다. 어느 정도 끓이게 되면 베 보자기에다 바가지로 퍼내어 한약을 짜듯 꼭 짜내었다. 모두 다 짜내고 밑으로 모인 물을 가마솥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는 할머니께서 부엌 한쪽에 있는 도자기로 된 호리병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그 때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지금 알고 보니 간수였다. 그 안에 있는 물 같은 것을 부으면 순두부가 되었다. 그때 할머니께서는 한 그릇을 퍼서 양념하여 나에게 주셨다. 그것을 한쪽에 앉아서 후후 불어가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간수를 넣고 나면 할머니께서는 베 보자기를 씌운 함지박에 순두부를 담으셨다 . 그리고는 다음날까지 굳기를 기다리면 두부가 완성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 두부를 만드는 일은 마치 집안의 중요한 행사처럼 느껴졌다 . 평소와 다른 일이 벌어져서 그런지 두부를 만드는 날은 신이 났었다. 아마 다음날 먹을 맛있는 된장찌개 때문에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부엌에 가보면 할머니께서는 부엌칼로 함지박에 있는 두부 덩어리를 네모나게 잘라서 모양을 만드셨다. 나의 입에 두부를 넣어 주시는 일도 잊지 않으셨다. 새하얀 두부가 칼집이 난 상태로 함지박에 담겨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았었다.

할머니께서는 두부를 만든 다음날에는 꼭 두부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를 맛있게 끓여 주셨다 . 기본적으로 넣는 것은 두부와 마늘이 전부였고 계절에 따라 조개나 굴을 넣어 끓여 주셨다. 아궁이 앞에 앉아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보면 저절로 입에 침이 생겼다. 굴이나 조개가 들어간 된장찌개를 끓이게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나에게 굴과 조개를 수저로 퍼내어 밥그릇에 얹어주셨다. 정말 그 맛은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앞으로 그런 두부의 맛을 느껴볼 수 없을 것이다 .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두부와 맷돌로 갈아 만든 두부와의 비교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 맛을 다시 느낄 수 없지만 뽀얀 김으로 가득찬 부엌 한쪽에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맛있는 두부를 기다리는 그 느낌을 기억할 수 있어 그 때의 추억이 너무나도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