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게

내가 어렸을 적에 살았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있었다. 가끔씩 동네 아이들과 같이 가서 작은 게나 물고기를 잡았었다.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어렴풋한 기억만이 남아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께서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근처 갯벌에 가셔서 바지락을 긁어 오시거나 농게를 잡아오시곤 하였다. 한번 다녀오시면 며칠 동안은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것을 많이 먹어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제일 기억나는 것이 농게다. 할머니께서는 농게를 잡아오시면 거의 대부분 게장을 담그셨던 것 같다. 크기가 작아서 여러 마리를 먹어야 했지만 항상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 크기가 작아서 어린 나도 한입에 넣게 그냥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농게를 잡아오시면 가지고 놀라고 한두 마리 빼 주셨다. 그러면 나는 실로 다리를 묶어 집에서 기른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빙긋이 웃으시며 민물에서는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는 뒤란에 가서 소금을 한 주먹 가지고와서는 물에다 넣고 농게를 기르려고 했던 기억도 난다. 결국 기르려고 하는 게는 죽고 말았는데 어렸을 적에는 소금물에서는 살 수 있다고만 생각해서 왜 죽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농게는 암수의 모양이 다른데 수컷은 한쪽의 집게발이 붉은색을 띄면서 반대쪽에 비해 매우 크다. 어렸을 적에 만나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생물이 좌우 대칭을 이루는데 농게 수컷만은 유일하게 다르게 생겨서 신기하게 생각하였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수컷 농게를 ‘황발이’ 라고 불렀었다. 언제인가 할아버지께 왜 이름이 농게냐고 여쭈어 보았던 적이 있었는데 농사꾼이 많이 먹는다 하여 농게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셨다. 사실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일리가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된다.

할머니와 갯벌에 마지막으로 갔었을 때가 봄 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넓은 갯벌에 농게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난 바다가 예전에 비하여 오염이 많이 되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궁금하여 농게들이 왜 이렇게 없냐고 여쭈어 보았다. 할머니께서는 빙긋이 웃으시며 보리동냥을 나가서 그렇다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보리를 추수할 이 때쯤에 농게들이 보리를 동냥하기 위해서 나가 있어 갯벌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과학적인 사실은 아니겠지만 할머니의 말씀이 참 재미있었다.

농게를 먹는 것 보다는 잡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한쪽 팔이 거의 모두 들어가도록 구멍을 파야 잡을 수 있다. 갯벌에 수많은 구멍 중에서 어떤 것이 농게가 사는 것인지 모르니까 가만히 보고 있다가 들어가는 곳을 파서 잡았다.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닌데 열심히 구멍을 파고 있으면 바로 옆으로 나와서 마치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꼈질 때도 있었다. 손을 물려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상처가 많이 나기도 한다. 많이 잡지는 못해도 농게와 씨름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농게를 마지막으로 본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러 번 바닷가에 가서 농게를 잡았지만 마지막으로 할머니와 함께 갯벌에 갔던 일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다시 한번 갯벌에 가서 농게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득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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