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썰매

공원을 가로질러 가고 있는데 비탈진 곳에서 아이들이 얇은 합판을 놓고 눈썰매를 타고 있었다. 눈이 온 이후로 계속 날씨가 추워서 가능한 것 같았다. 합판을 어디에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날씨가 매서운데도 웃으면서 눈썰매 를 타는 모습을 보니 어렸을 적 눈썰매 를 타던 기억이 났다.

어렸을 적에 내가 살던 곳에는 겨울이 되면 눈썰매를 타기 좋은 곳이 있었다. 비탈진 곳은 어김없이 눈썰매를 탈 수 있었다. 비탈이 꽤 급한 곳도 있었지만 사는 곳과는 좀 떨어져 있어서 잘 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겁이 많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비탈진 곳에서는 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가지 생생하게 기억 나는 일은 할아버지께서는 꼭 빈 비료포대를 챙겨주신 일이다. 어렸을 때에도 그랬고 학교를 도시에서 다니다가 겨울 방학 때 내려가면 꼭 빈 비료포대를 챙겨 두셨었다. 그때 당시에는 그냥 있는 비료포대라고 당연히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손자를 위한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눈썰매는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었다. 빈 비료포대와 짚단만 있으면 되었다. 빈 비료포대를 준비하고 짚이 쌓인 곳에 가서 적당량의 짚을 비료포대 안에 집어넣으면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친구들마다 짚을 넣는 것이 다른데 아예 넣지 않는 친구가 있는 반면 들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넣는 친구도 있었다. 짚을 넣지 않으면 속도는 빠르지만 엉덩이가 아프고 짚을 많이 넣으면 푹신하기는 하지만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결국 자기 자신의 기호에 따라 짚을 넣어 조절하였다. 나는 중간 정도의 짚을 넣었었다.

눈썰매는 여럿이 타도 재미있고 혼자 타도 재미가 있다. 여럿이 탈 때는 먼저 내려간 친구와 간격을 맞추지 않으면 부딪치기 쉬웠다. 물론 그렇게 부딪치면서도 즐거웠다. 나란히 서서 경주를 하기도 하고 서서 타기도 하고 누워서 슈퍼맨처럼 타기도 하면서 즐겁게 놀았었다.

내가 주로 눈썰매를 탄 곳은 살던 집 마당 한쪽에 있는 배나무 옆에서부터 닭장까지 내려오는 길지않은 코스였다. 여러 번 타다 보면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끼니때가 되어서야 그만둘 정도였다. 여름에 보면 겨울에 눈썰매를 탄 곳은 풀이 별로 나지 않을 정도였다.

눈썰매를 많이 타다 보면 바닥이 고르지 않고 돌이 많아 비료포대가 긁히면서 바닥이 칼로 베어낸 것처럼 조각이 나 버린다. 이렇게 되면 위와 아래를 뒤집어서 탔던 기억이 난다. 긁혀진 부분이 좀 보기가 싫고 짚이 나와 조금은 불편했지만 신나게 탈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했던 것 같다. 비료포대가 그리 많지 않고 구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타려고 그랬던 것 같다.

눈썰매는 눈이 좀 많이 와야 탈 수 있어서 한번도 타지 못하고 겨울이 지나간 적도 있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눈이 아주 많이 내려던 것 같은데 점점 눈이 많이 오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해에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장마철처럼 일주일 넘게 비만 와서 눈은 구경도 하지 못하고 눈썰매도 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짚을 비료포대에 넣고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는데 결국은 한번도 타지 못했었다.

비료포대로 눈썰매를 마지막으로 타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얀 눈 위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즐겁게 눈썰매를 타던 아름답고 소박한 추억이 겨울이면 항상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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