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농촌체험 중 썰매를 만들어 타는 모습이 방송 되었다. 그 장면을 보니 추운 겨울날 얼굴이 빨갛게 되도록 얼음판 위에서 썰매를 타던 기억이 났다.

어렸을 적에 언제부터 썰매를 탔는지는 정확하게 기억 나지 않는다. 다만 집에는 썰매가 있었고 깨지지 않는 얼음판이 있으면 열심히 탔었다. 가까운 곳에 얼음판이 없으면 좀 멀기는 했지만 이웃마을까지 가서 탔던 기억이 난다.

썰매를 직접 만들었던 기억은 없다. 아마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셨던 것 같다. 나중에는 삼촌께서 스케이트를 개조한 썰매를 만들어 주셨다. 얇은 판자를 대고 두껍고 네모난 나무를 양쪽으로 고정시킨 후 굵은 철사를 가운데로 지나게 하여 고정하면 그만이었다. 그 다음에는 굵기가 비슷한 소나무 가지를 베어와서 잘 다듬어 놓는다. 그 다음에 굵은 못을 두개 준비하여 못의 머리를 떨어져 나갈 때가지 망치로 두드린다. 내 기억으로는 이 작업이 시간이 제일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못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면 못의 머리부분을 조금 갈아서 준비해 놓은 막대기에 박아 넣었다. 이 때 어쩔 수 없의 못의 날카로운 부분을 치게 되었다. 빠지지 않을 만큼 망치질을 한 후에 무뎌진 끝 부분을 돌에 갈면 썰매를 탈 때 쓰는 막대가 완성이 되었다. 이 막대의 정확한 명칭을 잘 모르겠다.

썰매가 있다 하더라도 날씨가 춥지 않으면 탈 수 없었다. 일단 집과 가까운 논에 그것도 벼가 짧게 베어진 곳을 골라 충분하게 물을 댄 후 물이 들어오는 곳을 막으면 하루나 이틀 후에 얼기 시작한다. 벼를 짧게 베지 않은 논은 얼음판이 균일하지 않고 군데군데 짚이 나와있어 썰매 타는 것에 방해가 되었다.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논에 가서 조심조심 발을 대보는 일을 하게 되는데 충분히 얼어있는 것 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발이 빠져 오는 일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주로 아침에 밥을 먹기 전에 일어나자 마자 가보게 되는데 발이 빠져 들어와서 아궁이에서 불을 쬐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께서 빙긋이 웃으셨던 기억이 난다. 거의 매일 발이 빠져서 신발과 양말을 버리는데도 다음 날이면 또 다른 기대감으로 어김없이 얼음판에 다시 가곤 했다. 발이 자꾸 빠져 신발과 양말을 버리니까 아예 맞지도 않는 고무장화를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신고가서 얼음판을 확인하던 기억이 난다.

얼음이 충분히 두껍게 되면 본격적으로 썰매를 탈 수 있었다. 다만 눈이 오게 되면 얼음판에 쌓이게 되어 썰매를 타기가 어렵게 된다. 이럴 때는 마당을 청소하는 커다란 비를 가져와서 눈을 쓸어내고 탔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정성이 대단했던 것 같다. 아주 추운 날이 지속되다 보면 논 전체가 모두 얼어 얼음 밑에 물이 없는 상태가 된다. 논 귀퉁이에 가서 얼음을 깨서 바닥의 모습대로 얼어 있는 모양을 보고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썰매를 타는데 별다른 기술은 필요가 없고 양손에 쥔 막대기로 열심히 앞으로 나가면 된다. 거기에 한쪽 팔에만 힘을 주어 회전하면서 바로 멈출 때가 제일 재미있다. 너무 힘을 많이 주어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넘어지기도 하지만 그나마 부릴 수 있는 기교였다. 친구들과 경주를 하기도 하고 얼음조각을 가지고 아이스하키 비슷한 놀이를 하기도 하였다. 너무 열심히 타다 보면 막대기의 못이 얼음에 깊이 박혀서 구부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는 휴식을 잠시 취하면서 얼음에다 못을 두드려 곧게 펴곤 하였다.

내가 타본 썰매는 무릎을 꿇거나 책상다리로 앉아서 타는 형태였는데 완전히 서있는 자세로 탈 수 있는 썰매도 있었다. 그 썰매는 가운데 날이 하나라서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고 양쪽에 잡는 막대기도 훨씬 길어서 거의 장대 수준이었다. 몇 번 타보려고 시도하다가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 썰매를 자유자재로 타는 동네 형이 참 부러웠었다.

썰매를 마지막으로 탄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문득문득 생각나는 썰매에 관한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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