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

얼마 전 봉숭아를 심어 놓은 화분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웬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그냥 뽑아서 버리려고 하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잡초가 아니라 까마중 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집 앞에 있는 화분에서 자라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자세히 보니 검게 익어서 먹을 수 있는 것도 있고 아직 푸른 열매도 있었다. 거기에 앙증맞은 꽃까지 피어 있었다. 정말 오래 전에 본 데다가 어렸을 적에는 열매만 따 먹느라 꽃의 모양까지는 기억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꽃이 핀 모습을 보니 생각외로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하얀 꽃잎에 노란 가운데 부분이 어우러져 예쁜 모양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산과 들을 돌아다니다 까마중이 있으면 익은 열매를 정신없이 따먹기 바빴다. 열매의 크기는 장난감 총에 들어가는 둥근 플라스틱 총알과 비슷한데 까맣게 익은 열매를 따서 먹어보면 입안에서 터지면서 독특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열매가 너무 익으면 손으로 따다가 터져버리기도 하였다.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니 한약재로 쓰이기도 하는데 독성이 있다고 한다. 독성이 있다는 것에 좀 놀라기는 했지만 어차피 한번에 많이 먹지는 못했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실제 익어서 먹을 수 있는 열매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즈음은 까마중을 도심에서 보기도 어렵지만 열매의 독특한 맛을 느껴보기는 더욱 어렵다.

집 앞의 화분에 까마중이 홀연히 자라서 보게 된 행운으로 아득한 어린시절을 짧게나마 더듬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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