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언제부터인가 봄에 돌아오는 제비를 정말 보기가 어려워졌다. 얼마 전 주말농장에 가서 밭을 정리하는데 제비가 날아다니며 집을 지을 재료를 마련하는 것을 보았다. 참 반가웠다. 시원하게 날으는 모습을 보니 참 좋았다. 오랜만에 제비를 보니 어렸을 적 여러 가지 일이 생각났다.

어렸을 적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살던 윗집에 터울이 많이 지지않는 고모님이 살고 계셨다. 자주 놀러 가곤 했었는데 어느날인가 제비가 날아다니던 중에 벼를 말려 넣어놓는 창고에 들어가게 되었다. 당숙 되시는 분이 어떻게 잡으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비를 잡아서 마침 놀러 간 나의 손에 쥐어주셨다. 까만 눈과 가느다란 다리, 그리고 날렵한 몸매, 부드러운 깃털을 느낄 수 있었다. 놀란 눈으로 고개를 연신 갸우뚱하며 나를 바라보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난다. 내 기억으로는 바로 놓아 주었는데 제비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봄이면 내가 살던 할아버지 댁에도 제비가 집을 지었다. 집을 지을 곳을 물색하려 집안 곳곳을 누비고장소를 정한 뒤 진흙을 물어와 공사를 시작하였다. 부엌까지 들어와 집을 지으려 하면 할아버지께서는 계속 집을 부셔서 대문이 있는 곳에 집을 짓도록 유도하셨다. 신기하게도 부엌은 포기하고 대문간 처마에 집을 지었다. 모내기가 되지 않은 논을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땅에 잠깐 앉아 흙을 동그랗게 뭉쳐 입에 물고 와서는 처마 밑에 하나하나 꼼꼼히 붙여 부리로 꼭꼭 눌러 집을 지었다. 정확히 얼마 만에 짓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빨리 짓는 것 같다.

집을 짓고 나면 바로 알을 낳고 품는 것 같았다. 밑에서 보면 어미가 장시간 둥지에 앉아 있으면 알을 낳았다고 추측할 뿐이었다. 어느날 어미가 집을 비운사이 궤짝에 올라가 제비집에 손을 넣어보니 알이 만져졌다. 꺼내어 보니 크기가 새끼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이고 하얀 바탕에 옅은 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재빨리 살펴보고 둥지에 다시 넣어놓았다. 그런데 어미가 한번 들어오더니 하루인가 이틀인가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걱정이 되어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았더니 제비알을 볼 때는 직접 만지면 안되고 거울을 이용하여 봐야 한다고 하셨다. 알에서 사람 냄새가 나면 품지 않는 다는 말씀도 하셨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실수를 저질러 어미가 다시 돌아와 알을 품어 주기만을 바랬다. 정말 다행으로 그 다음날인가부터 어미가 다시 돌아와 알을 품어주기 시작했다.

언제 새끼가 부화할지 계속 쳐다보곤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알을 깨고 새끼가 태어나면 꼭 집 밑에다 알껍질을 떨어뜨려 사람이 알 수 있게 한다고 하셨다. 내 기억으로도 조그마한 알껍질 조각을 보았던 것 같다.

새끼가 부화하게 되면 정말 바쁘게 먹이를 물어다 주느라 쉴 틈도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 새끼들은 정말 빨리 자랐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벌레를 잡아 주지만 나중에는 잠자리나 나비를 통째로 잡아다 주면 한입에 먹어치우곤 했다. 내가 올려다 보면 새끼들이 고개를 빼고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새끼들이 더 자랐을 때 있었던 일들은 이상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어미와 체격이 비슷해 져서 내가 흥미를 잃고 관찰하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점점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제비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자연의 모든 것을 인간의 것이라고 착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얻으려는 욕심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다시 한번 그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고 싶지만 가능할 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기억속에 남아있어 눈을 감고 떠올려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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